접근방법 및 주요 연구방법

에드먼드 대니얼 펠레그리노(Edmund Daniel Pellegrino, 1920~2013)
오늘날 차가운 기계의 진단과, 정확하고 이성적인 판단만이 최고의 가치로 남은 의료현장에는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집단들의 자기주장만이 남발하고 있다. 생명을 구하는 수술보다도 이윤, 몸매와 외모를 뜯어고치는 수술이 더 중요해진 왜곡된 의료문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를 고칠 수 있는 의학적 인간학(人間學, anthropology)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인가는 전적으로 의료인들의 몫이다.
첨단과학을 달리는 생명공학(生命工學, biotechnology)과 관련된 논란을 비롯하여 각종 의료윤리의 문제, 의료영역에서 사라져가는 따뜻한 인간애의 문제, 의사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의 문제 등이 살아있는 철학적 맥락 속에 위치해 있음을 볼 수 있다. 의학의 궁극적 대상인 질병, 건강, 치유 그리고 인간과 생명에 대한 철학적 해명을 통해 의학철학은 제 자리를 찾을 수 있다.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 속에서 의학은 본래의 목적과 의의를 회복하게 되며 진정한 철학으로의 복귀를 꿈꿀 수 있다. 사실상 의학이 본래 철학과 한 몸이었음을 역사적 사례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철학적, 의학적, 인간학적 성찰을 통해 규명하기 위해서는 의료관계를 의사와 환자의 인격적 만남으로 규정함으로써 가능해진다.
의학의 궁극적 대상인, 그러나 현대의학의 지나친 과학주의 때문에 잊히고 소홀히 취급되고 있는 질병-건강과 치유의 역동적 상호관계, 생명의 개념을 논해야 한다.
근대 이후 철학과 헤어진 의학은 스스로 본질이나 가치를 반성할 능력을 상실한 만큼, 의학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의학철학의 탄생이 필요하였다. 현대 의학철학의 선구자인 에드먼드 대니얼 펠레그리노(Edmund Daniel Pellegrino, 1920~2013)는 근대의학에 위기가 나타난 이유를 의학의 본질과 역할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한 반성을 의학철학의 핵심으로 삼았다. 펠레그리노는 1998년 출간된 자신의 책에서 의학과 철학의 관계를 다음 네 가지로 나누었다.
첫째는 ‘의학과 철학(medicine and philosophy)’으로 의학과 철학을 공통된 주제에 대하여 독립적인, 개별 학문의 방법론에 근거하여 설명하는 방식이다. ‘삶과 죽음’, ‘고통’ 그리고 ‘몸’ 혹은 ‘몸과 마음’의 문제 등이 주제가 된다.
둘째는 ‘의학에서의 철학(philosophy in medicine)’으로 의학 문제를 철학의 방법으로 해명하려는 시도를 말한다. 질병에 대한 존재론이나 인식론, 관찰의 한계, 의료윤리의 문제 등이 해당된다.
셋째는 ‘의철학(philosophy of medicine)’으로 환자와 의사 사이의 만남이나 의료 윤리의 철학적 근거처럼 의료의 본질적 의미 등을 주로 다룬다.
마지막은 ‘의료철학(medical philosophy)’으로 임상의사가 자신의 경험에 근거하여 의학을 비판하는 작업, 즉 임상과 관련된 개인적 반성과 이에 근거한 임상적 지혜를 추구하는 것을 뜻한다.